에르메스는 왜 할인하지 않을까?

By KOREA

세일 시즌마다 백화점은 사람들로 북적이고, 브랜드들은 앞다퉈 ‘최대 70%’ 같은 강렬한 문구로 소비자를 유혹하죠. 그런데, 그 틈에서도 절대 세일을 하지 않는 브랜드가 있습니다. 바로 에르메스(Hermès)예요. 아무리 기다려도, 아무리 발품을 팔아도 에르메스의 가방에 ‘SALE’ 태그가 붙는 일은 없어요. 그 흔한 아울렛에도 없고요.

그러면 궁금해지죠.
“도대체 왜? 왜 에르메스는 할인 안 하는 걸까?”

이건 단순히 고집이나 자존심 때문만은 아니에요. 에르메스는 이 ‘할인하지 않는 전략’으로 오히려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해왔거든요. 이 글에서는 에르메스가 할인하지 않는 이유, 그 속에 숨은 브랜드 철학과 비즈니스 전략, 그리고 우리가 거기서 배울 수 있는 교훈까지 찬찬히 풀어볼게요.


에르메스는 어떤 브랜드일까?

일단 에르메스가 어떤 브랜드인지부터 짚고 넘어가야겠죠. 에르메스는 1837년 프랑스 파리에서 말 안장과 마구(馬具)를 만들던 작은 공방으로 시작했어요. 지금은 럭셔리 패션, 특히 버킨백과 켈리백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 중 하나가 되었죠.

그런데 에르메스는 단순히 ‘비싼 명품’이 아니에요. 전 세계 수많은 브랜드들이 ‘럭셔리’라 자처하지만, 에르메스처럼 ‘진짜 럭셔리’를 고수하는 브랜드는 드물어요. 수작업, 전통 기술, 철저한 품질 관리, 생산량 제한. 이 네 가지는 에르메스를 설명하는 키워드예요.


할인하지 않는 이유 1: ‘희소성’이 곧 가치

에르메스는 제품의 가치를 숫자가 아니라 희소성에서 찾습니다.

에르메스의 대표 제품인 버킨백은 아무리 돈이 많아도 쉽게 살 수 없어요. 대기명단이 존재하고, 원하는 색상이나 사이즈는 언제 입고될지 알 수 없죠. 이건 ‘소비자 조르기’가 아니라 철저한 전략이에요.

할인을 하면 상품이 남는다는 걸 전제로 하게 돼요.
“이건 원래 100만 원인데 안 팔려서 50만 원으로 낮췄어”라는 느낌.
근데 에르메스는 ‘안 팔리는 물건’이 없어요. 심지어 일부러 ‘다 팔지 않기도’ 해요.
왜? 수요보다 공급을 적게 해서 희소성을 유지하기 위해서예요.


할인하지 않는 이유 2: ‘가격=브랜드 이미지’

할인된 가격은 일시적일 수 있어도, 소비자의 머릿속에 각인된 가격 이미지는 오랫동안 남아요.

예를 들어, 평소엔 200만 원짜리 가방이 어느 날 80만 원에 나왔다고 쳐볼게요.
“이 브랜드가 원래 200만 원이 아니었구나”
“언젠가는 또 세일할지도 몰라”
이렇게 되면 원래 가격을 지불할 마음이 사라져요.

에르메스는 브랜드의 가치를 절대 가격이 아니라 절대적 감성으로 파는 곳이에요.
“에르메스는 비싸니까, 내가 지금 이걸 살 수 있다는 게 곧 나의 가치야”
이런 심리를 건드리는 거죠.
세일은 이런 ‘정서적 가치’를 무너뜨릴 위험이 너무 커요.


할인하지 않는 이유 3: ‘브랜드 충성도’는 타협 없는 자세에서 생긴다

세일을 하지 않으면 고객들이 더 충성하게 된다는 건 역설적이지만 실제예요.

할인을 자주 하는 브랜드는 소비자들이 이런 생각을 하게 돼요.
“좀만 기다리면 싸게 살 수 있을 텐데 굳이 지금 살 필요 있나?”
그래서 자꾸 망설이게 돼요. 그러다 보면 충성도도 떨어지죠.

반면, 에르메스는 “언제든 가격은 똑같다”는 철학을 가지고 있어요.
이 말은 곧 “지금 사도 후회 안 할 거야”라는 자신감이기도 하죠.
이런 단단한 브랜드 철학은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줍니다.
브랜드가 먼저 자신을 존중하니까, 고객도 브랜드를 존중하게 되는 거죠.


할인하지 않는 이유 4: ‘유통 관리’가 엄청 철저함

에르메스는 유통망을 엄청나게 제한해요.
직영 매장 위주고, 온라인 구매도 아주 제한적이에요.
그 흔한 아울렛 매장도 없고, 위탁 판매도 잘 안 해요.
왜냐면 유통망이 넓어지면 브랜드 통제력이 떨어지기 때문이에요.

에르메스는 제품이 어떤 경로로 소비자에게 가는지 끝까지 컨트롤합니다.
그 안에는 ‘가격 관리’도 당연히 포함돼요.
세일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애초에 차단하는 거죠.


할인하지 않는 이유 5: ‘브랜드 스토리’ 자체가 프리미엄

에르메스를 ‘비싼 가방’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에요.
에르메스는 장인의 시간, 기술, 그리고 이야기를 파는 브랜드예요.

버킨백 하나를 만들려면 한 장인이 며칠에서 몇 주까지 걸려요.
그 장인은 몇 년간 수습을 거친 뒤에야 ‘에르메스 장인’이 될 수 있죠.
그렇게 완성된 가방 하나는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하나의 ‘작품’이에요.

이런 스토리까지 갖춘 브랜드는, 가격을 ‘깎는다’는 개념 자체가 어울리지 않아요.
왜냐면 예술 작품은 세일하지 않거든요.


그렇다면 에르메스를 싸게 살 방법은 전혀 없을까?

사실상 공식적인 방법으로는 없어요.
중고 마켓에서 사는 방법은 있지만, 오히려 어떤 경우엔 정가보다 더 비싸게 거래되기도 해요.

예를 들어, 인기 있는 색상이나 상태 좋은 제품은 웃돈을 줘야 살 수 있어요.
이건 브랜드가 만들어낸 희소성과 가치 덕분이죠.
그 말은 곧, 에르메스는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브랜드라는 뜻이기도 해요.


에르메스에게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건?

단순히 패션 브랜드를 넘어서, 에르메스의 전략은 여러 비즈니스에도 적용될 수 있어요.
우리가 배울 수 있는 교훈 몇 가지를 정리해보면:

  1. 가치 있는 브랜드는 타협하지 않는다.
    고객에게 진정한 신뢰를 주기 위해선 때로는 ‘No’를 외칠 줄 알아야 해요.
  2. 희소성은 곧 매력이다.
    누구나 쉽게 얻을 수 없다면, 오히려 더 간절해지는 게 인간 심리죠.
  3. 일관성 있는 브랜드 전략이 곧 신뢰다.
    어제는 이렇고 오늘은 저렇다면, 소비자는 금방 마음이 떠나요.
  4. 스토리를 가진 제품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.
    감정이 담긴 브랜드는 가격보다 더 강력해요.

마무리하며

에르메스는 단순히 ‘세일을 안 하는 브랜드’가 아니라,
브랜드의 철학과 전략, 감성을 모두 담아낸 존재예요.

할인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더 많은 충성 고객을 만들고,
가치 있는 브랜드로 오랫동안 살아남는 법을 보여주고 있어요.

다음에 백화점 세일 시즌에 뭔가에 홀린 듯 사려고 할 때,
잠깐 멈추고 에르메스를 떠올려보세요.
정말 사고 싶은 건 ‘싸서’인지, ‘원해서’인지.

이 브랜드의 태도 하나만으로도, 많은 걸 배울 수 있으니까요. 😊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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